샤오미의 실력

대륙의 "실수"가 반복되어 "실력"이 됐다니요. 오해십니다. 특히 샤오미는요.

저는 샤오미 전화기를 1번 샀습니다. Redmi 1S 잘 쓰고 팔았죠. 잘 만들었습니다. 처음 봤을 때 배터리 커버가 연한 재질이길래 싸구려인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구석구석 마무리가 잘 되어있었고, 시간이 지나서 보니 흠 안 나고 때 안 타고 부서지지도 않는,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하드웨어는 1번이지만, MIUI는 더 오래전부터 썼습니다. 모토로라 아트릭스, 모토로라 레이저에 커스텀롬으로 넣었죠. 사실 제 머리속엔 샤오미의 전화기는 MIUI가 설치되어 나오는 하드웨어입니다. 소프트웨어를 위한 하드웨어이죠.

MIUI를 보면서 이런 비유를 해봤습니다, 삼성이나 LG는 안드로이드 한 마리를 분양 받아 마구 먹여서 살을 찌워서 내놓고 있고, 샤오미는 안드로이드 한 마리를 납치해서 뼈를 아만티움으로 바꿔 내놓고 있다고요. MIUI는 안드로이드를 조금 꾸민 정도가 아닙니다. 철학 또는 사상이 다르다고 봅니다.

저는 애플의 철학 또는 사상을 좋아했습니다, 아마도 Mac OS 9.6까지는요. 그 사상의 단적인 예를 들면, 하나의 설정을 바꾸기 위해서는 잘 조직된 UI를, 단 하나의 아주 단순한 UI를 제공하기 위해 애플은 노력한 것으로 압니다. 모든 설정은 조절판에 가면 바꿀 수 있습니다. 반면에 어느 운영체제는 곳곳에 지름길을 많이 두었고, 그걸 애써서 익힌 사람들만 편하게 쓸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햇갈리기만한 설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것으로 압니다.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나오는 contextual menu에 어떤 항목이 들어있을지는 눌러보기 전까지 알 수 없습니다. 한번써서 기억하기도 어렵고요. Android에서 status bar에 wifi 켜고 끄는 아이콘 길게 누르면 wifi 설정으로 가는 걸 아는 사람만 알고 있겠지요.

놀라운 건, MIUI도 그런 사상이 있다는 겁니다. MIUI가 iOS를 배꼈다는 표현을 들었습니다. 순간 동의하다가도, 순간 동의하지 않기도 합니다. MIUI의 사상 또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단지 UI만 비슷한 거라면 의심하지 않았을 겁니다. Mi Cloud를 보면, 이 회사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넘어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해집니다. Mi Cloud에서도 iCloud의 느낌이 들긴 합니다만, 아무튼요. 아무튼... 중국어를 쓰는 사람이 MIUI를 설치했다면, 더 설치할 것이 없을 겁니다. 전체적인 구색이 잘 갖추어져있습니다. 단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그런 것이 아닙니다. 사용자의 욕구가 전반적으로 충족되는 그런 것이지요. MIUI는 현재 그렇습니다.

지금은 넥서스 5에 MIUI를 설치해서 쓰고 있습니다.

Nexus 5 MIUI.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