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사회심리학 과목이 기억난다. 이 과목은 2학년 전공필수 과목이었다.
교재는 갈색 표지에 두꺼웠다. 기억이 뚜렸한 것은, 학기 과제로 리더십에 대해 조사하여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다. 또 교재는 리더십이라는 주제에 한 개의 장을 할애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그 때에 공부했던 내용이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살면서 그 주제만큼 중요한게 또 없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리더십에 대해 많은 말이 있고, 말하는 이마다 자기가 옳다 하고, 우리는 리더십을 보고 듣고 있지만, 리더십을 알려면 그 어떤 방법보다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이야기를 하나 해보려고 한다.

인사과장으로서 1년 넘게 모셨던 대대장님이 있다.
우리 5대대 옆에는 4대대가 붙어있었다. 5대대는 광역시의 2개 구를 책임지역으로 하고 4대대는 광역시의 1개 구를 책임지역으로 하고 있었다. 5대대의 책임지역은 중요시설, 밀집지역, 높은 인구, 더 많은 병력 등으로 다른 대대보다 일이 훨씬 많았지만 간부의 수에는 차이가 없었다. 눈에 띄는 것은, 우리 대대는 보통 6시에도 업무로 바쁜데 옆 대대는 4시에도 족구를 하고 있는 경우가 잦았다. 간부들이 명확히 불만을 이야기 하진 않았지만 안으로는 없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날 결산회의 중 대대장님이 말씀하셨다. "다른 부대 회식하고 매일 족구하고 노는 것 때문에 불만이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생각이 다르다. 내가 여러분에게 밥 사주고 술사주면 여러분이 좋아하겠냐. 나랑 함께 밥 먹으면 좋냐. 여러분이 결재해달라는 것 빨리 해주고 여러분이 내 눈치보지 않고 일 잘 할 수 있도록 해주어서 빨리 퇴근할 수 있도록 하는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대의 복지다. 일찍들 퇴근하고 집에서 잘 쉬고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 보내라."

대대장님은 무슨 일이 있어도 6시에서 7시 사이에 출근을 하셨다. 당직근무를 하고 아침 점호를 하다보면 위병소에서 대대장님 부대 안으로 들어오신다는 보고를 자주 들었다. 아침 점호 시간에 부대를 한바퀴 돌아보고 대대장실로 들어가 업무 준비를 하셨다.
대대장님은 기러기 아빠로 관사에 혼자 살았고 자주 많이 드셨다. 많이 외로워 보였다.
전날 술을 많이 마셔도 출근은 항상 그 시간이었다.
그 분은 "한결 같이" 하는 것을 좋아했다. 출근 시간을 보아 생각하건데, 한결 같은 것의 하나였던 것 같다.
내가 밤에 남아 있는 날이면 꼭 병사들 생활관을 돌아보았다. 거의 매일 야근을 했으니 생활관도 매일 돌아본 것 같다. 어쩌면 나도 한결 같이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