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
- 산, 꽃
- 동경(憧憬)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산에 갔는데, 꽃이 피어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꼭 국화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꽃을 보면서 생각이 들었다. 기다림, 그리고 기다림의 끝에서 만난 것, 그것이 꽃이다. 긴 시간을 그렇게 지나야 할 과정을 차곡차곡 밟아 지금의 꽃이 된 것이겠지.
꽃을 보면서, 그 풀 한 포기가 마치 생명의 대선배(大先輩)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생명은 언제 꽃을 맺을 것인가? 지금은 기다리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