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아하는 마음
- 인간의 본성, 서러움
- 괴리(乖離)
나는 너를 좋아한다. 그런데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래야 순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도 나를 좋아하길 바란다. 이 말은 논리적으로 부정되어야한다.
나는 숨을 쉰다. 그리고 살아있다. 하지만 살아 있는 인간으로서 도리(道理)를 져버리고 있지 않은가?
나는 생명이다. 나는 살아있다. 하지만 죽어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나는 '나'라는 단어를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나'만이 떠오른다.
지금 왜 나는 '나'를 찾는가?
나는 나를 잊고 싶다. 나는 너에게 의존하고 싶다.
영혼이라는 것이 있어서 팔 수 있는 것이라면, 네가 원한다면 영혼이라도 포기하겠다.
나는 너에게 귀의(歸依)하고 싶다. 마치 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 신에게 귀의(歸依)하는 것처럼.
나는 나를 모두 잃고 싶다. 나로 꽉 차여 있는 이 몸뚱이와 정신을 모두 비워내고, 너로 채우고 싶다.
'나'라는 생각으로 똘똘 뭉친 나의 사고를 모두 흩어버리고 '너'라는 것으로 쌓아 놓고 싶다.
나는 너를 좋아한다. 나는 너를 좋아하고 싶다. 더 좋아하고 싶다. 나는 네가 좋아졌다.
나는 나를 분리하고 싶다. 나를 좋아하는 부분과 나를 싫어하는 부분으로 나누고 싶다. 혹은 내가 좋아하고 싶은 부분과 내가 싫어하고 싶은 부분으로 나누고 싶다. 싫어하는 부분/싫어하고 싶은 부분을 '너'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또 좋아하고 싶다.
나는 나를 '너'라고 부르고/생각하고/느끼고 싶다. 이것은 나라는 것의 한계를 확장하고 전체로서 하나인 큰 의미의 '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런 생각을 더 부여잡고 있을 수 없다. 작은 의미의 '나'로 퇴보(退步)하고 그리고 안식(安息)을 취(取)하고 싶다. 그리고 '나'에 작은 의미의 '너'를 붙이고 싶다.
A를 만났다/만난다. 변했다/변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않는 것처럼 느낀다. 이미 충분히 익숙해졌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변하더라도, 현재 어떻게 변하고 있어도 익숙하다.
좋아했다는 것은 현재 좋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나는 A를 좋아했다. 그리고 A를 좋아한다.
A와 이야기를 했다.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A의 말을 들었다. A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우리는 대화를 했다. 하지만 '우리'라면 그것은 '나'와 다르지 않다. 그리고 '나'는 '너'를 분리(分離)할 수 없다.
술을 마셨다. 행동/사고의 결과를 보니, 정신이 몽롱해졌나보다. 하지만 여전히 사고(思考)하고 있고, 논리(論理)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비록 술로 인해 양(量)적으로, 질(質)적으로 사고가 저급(低級)해졌을 지라도 감정(感情)은 더욱 풍부하다.
표현(表現)하고 싶다. 수용(受容)하고 싶다. 운동(運動)하고 싶다. 감각(感覺)하고 싶다.
A의 손을 생각한다. 손을 잡고, 보듬고, 느끼고 싶다. A를 안고 싶다. A와 성교(性交)하고 싶다. A에 대해 성적환상(性的幻想)을 한다.
그러면서 나를 더욱 잃고 싶다. 존재(存在)를 잊고 싶다.
집에 돌아와 돌아왔음을 알렸다. 그리고 조용히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하는데 눈물이 나왔다. 서러웠다. 그렇다, 나는 좋아한다. 하지만 왜 이리 괴로운가?
서러워서 울었다. 욕실에서 울었다. 소리가 밖으로 들릴까봐 세탁기 문을 열고 그 안에 얼굴을 들이밀고 울었다. 도대체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인간의 성(性)이란 무엇인가(단지 남녀의 차이, 성별(性別)에서 오는 성적인 욕구의 성이 아니다. 인간의 본성(本性)의 의미에서 말이다)? 유학, 성리학을 접하면서 이 질문에 대해 여러가지 견해(見解)를 접(接)했다. 그리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좀 더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앎은 더욱 혼란스럽다. 어째서 인간의 성(本性)에 대한 논의(論議)는 남녀의 성 또한 다루고 있는가? 아마도 남녀의 성이 인간의 성의 근본적인 부분의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그것에 대해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서럽다.
알고 싶었다/싶다. 하지만 알게 되는 것에 대한 결과를 알고 싶지는 않았다/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된다.
그렇게 되는 것을 알았다면, 알고 싶었어도 알고자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다. 지금, 알면서도 한다.
쓴 글을 다시 보면서, 생각을 한다/하지 않는다. 지울까? 남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