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서버와 Gentoo Linux
- 실존적 불안
더위로 인해 정신이 없다. 컴퓨터를 켜면 더위에 죽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를 켜고 있다. 컴퓨터를 켰음에도 불구하고 작업을 하지 않는다. 이상하다.
전에 대충 귀끔을 주었던 터이지만, 어제 갑자기 이은진님이 백업을 해달라고 했다. 밤에 양파님이 디스크 초기화하고 운영제체 다시 설치할 것이라고 했다. 사용자들에게 미리 알리지도 못하고, 졸지에 서버 설정을 다시 하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새로 설치한 서버에 접속해보니,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양파님이 좋아하는 XFS 파일 시스템, 40기가에 하나의 파티션, 하나의 파일 시스템을 만들고 /에 마운트 했다. 역시 양파님. 하하. 조금 걱정되기는 하지만, DB 쪽을 제외하고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bekrage 서버의 상황에서는. 대신 DB 백업을 자주 해야겠다.
gentoo의 패키지 시스템을 들여다보면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BSD의 패키지 시스템과 비슷해보인다.
한편으로는 BSD의 좋은 점이 GNU/Linux에게 도용당한 느낌이 든다. BSD 사용자들의 자랑이면서 자존심이었던 멋진 패키지 시스템이 이제 단지 BSD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SCO가 승소해서 GNU/Linux의 행보를 좀 꺾어 주면 좋으련만.
점심 때 즈음해서 한 차례 소나기가 왔다. 굵은 빗줄기가 내리니까 속이 시원했다. 하지만 그다지 많은 양이 온 것은 아니라서 비가 그치고 더 더웠다.
지금 또 비가 온다. 저녁 때가 되어서인지 햇빛도 수그러들었고 비는 한결 더 세차다. 바람도 아까보다 훨씬 많이 불고. 무엇보다, 시원하다.
근래 날이 덥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것 같다. 무엇가 해야한다/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데, 막상 뭘해야할 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일기도 그렇다. 오늘은 도데체 뭐라도 써야 되겠다는 생각에 apache 설치하는 도중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생각이 줄어든 것 같다. 현상학(한정숙 저)을 읽고 있는데, 읽고는 있지만 머리속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 일기를 쓰려해도 생각이 없다. 깊이 생각하고 들여다보고, 비추어보는 활동이 없어진 것 같다.
두려운 느낌이 든다. 홀로 뒤쳐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간의 침전물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간은 흘러 흘러, 계속 해서 흐르고 있는데, 부단히 흔들어 위로 떠올라 계속해서 흘러가는 와중에 벗어나 버린 것은 아닐까? 점점 가라 앉아 커다란 바위 앞에 놓여 그 위에 또 다른 침전물이 쌓여 결국 그 곳에 무디게 멈추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