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圖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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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하는데, 어느 도장집 앞에서 대전 중학교 학생이 머뭇거리고 있었다. 도장집 유리 문 틈으로 안을 들여다 보기를 여러 번. 산책을 하는 중이라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지나쳐 왔다.

도장… 중학교 때였다. 중학교 1학년. 입학하면서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데 그래서 도장이 필요했다(어쩌면 중학교 3학년 때인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서류일지도.). 그렇게 도장을 갖게 되었다. 어느 날 도장을 준비해 오라고 지시를 받았는데, 준비를 못했다. 그래서 친구들과 아침 조회하기 전에 친구의 것과 함께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달랑 3000원. 도장을 받고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역시 3000원짜리구나’라고 생각했다. 글자가 삐뚤빼뚤. 그래도 도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참 즐거웠다.

그 느낌은 마치 ‘어른처럼 공식적인 활동을 한다’라는 생각에서 오는 뿌듯함 같은 것. 어쩌면 지금 나이에서는 ‘와, 번듯한 직장을 갖게 되었어’라고 하면서 느끼게 될만한 그런 느낌. 지금 생각해보면 ‘훗…’하고 웃음이 나지만, 그 때에는 정말 그랬다. 아마 이런 느낌을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기억을 하나쯤은 갖고 있지 않을까?

3남매 중 막내이다보니 형, 누나가 하는 것이 마냥 멋있어 보일 때가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도장. 다른 사람들의 도장을 보면 잘 알아 볼 수 없는 글씨들이 왠지 멋져보였다. 그리고 찍어서 나온 모습도 참 예뻤고. 그렇게 도장에 대한 막연한 동경(憧憬)을 가지고 있던 터였으니 도장을 갖게 되었을 때 그 느낌이란 참 오묘한 것이었다.

아직도 그 도장을 갖고 있다. 그 당시 붙였던 이름표까지 붙은 채로. 선생이 학생들의 도장을 모아 사용하고 돌려주어야 했기 때문에 도장에 이름표를 붙였다.
지금 와서 친구들의 도장과 비교해보면 싸구려 티에, 애들 장난감 같은 모양이지만 아직 그 도장을 사용한다. 아마도 향수(鄕愁) 때문에.

http://weblog.youre.space//vergence/2004/07/00009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