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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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글쓰기가 두려워지는 것 같다. 논문, 학기말, 시험 등을 핑계로 안 쓴지 거의 20일이 넘은 것 같다. 방학 시작하면서 글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쓰려니 이유를 알 수 없는 -이라기 보다 알게 될까 두려운- 불안/공포에 이리저리 핑계를 대가며 매일을 보내고 있었다.

선택은 한 순간일까? 마치 매일 무너지는 약한 의지가 바람이 불어 반대쪽으로 한번 휩쓸리는 것 같은 선택. 10초 전만 해도 ‘빨리 자야지’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일기를 건너 뛰는 것을 정당화하고 싶은 마음. 이미 잠 잘 시간이 약 25분 지난 이 시점에서 일기 쓰기를 선택하는 것은 무엇일까?

불현듯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는 때가 있다. 그러다 조금 지나면 지칠 때도 있다. 그러면서 한참 쉬면, 내가 글을 썼다는 것도 잊어버릴 때가 있다. 그래도 글을 한번 다시 쓰면 불이 화르르 붙는다. 사실 수첩과 다이어리 이곳 저곳에 글 쓸 주제들을 많이도 찾아 놓았는데, 이제 쓰기 시작할 때인가 보다. 시험 공부를 할 때처럼, 어떤 한가지에 집중해야 할 때에, 정신 에너지는 어딘가 다른 쪽에도 뻗쳐 있다. 마치 성격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의식적으로/무의식적으로 저항을 하고 있는 양. 이 표현은 대단히 적절한 듯하다. 무의식적으로 저항을 하면서 시작했겠지만, 이내 알아차린다(aware), 그것을 적극적으로 다루고 집중해야 할 일로 전환해도 되건만, 역시나 주의는 분산되어 있고 처리는 부진하다. 뭐 말이 좀 길어졌지만, 무슨 소리냐 하면 시험 공부하면서 글 쓰고자 하는 주제를 많이 찾았다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길에서, 숨을 쉬면서, 밥을 먹으면서. 정신적으로 활발할 때에, 단지 한 부분에서 뿐만 아니라 역시 다른 부분에서도 활발한 것일까?

마음이 혼란스럽다. 이럴 때엔 진정 떠나고 싶은 충동이 강해진다. 업적이라든지 지위, 그런 것에서 적극적으로 완벽하게 멀어져, 정적이고 사람과 어울리고 자연에서 소요(逍遙)하고 싶은 마음이 가까워지고 싶다. 여기에서 어울리는 것은 이해 관계가 아닌, 순수한 인간적인 관계를 의미한다.

쓰면서 보니 오랜만에 글을 쓴 것치고 많이도 썼다. 사실 한번 쓰기 시작하면 글이 줄줄 새어 나온다. 단 10초도 안 되는 순간에 결정한 터라 주제를 딱히 정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쓰는 일기라 가볍게 쓰고 싶다. 하지만 가벼운 주제가 있을까? 가볍다… 정해진 기준은 없다. 그 의미는, 해석하기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일부와 전체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일부가 정한 기준은 곧 전체 기준의 변화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어떤 한 사람이 이 글을 보고 무겁다 가볍다 평가한다면 그것은 정해진 기준에 비한 것이 아니니 가치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 한 사람의 기준이 어떠하다는 것은 인간 전체, 세상 전체의 기준이 또한 어떠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일부와 전체는 서로 의존하여 운동/변화로써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잠자기 마저 두려운 밤, 마음이 혼란스러운 밤에 무거운/가벼운 글을 한번 써본다.

http://weblog.youre.space//vergence/2004/06/00009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