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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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말 말도 안 되는 논문을 썼다. 생각은 3개월 가량 했지만, 실제로 쓴 것은 단 일주일. 일주일 만에 논문을 –작성이 아니고- 만들어 냈다. 별로 탐탁치 않다. 조금 더 신경 써서 수정할 생각이다.

사실 마음으론 정말 멋지게 써보고 싶었다. 입학 하면서 생각했던 것이 심리학 공부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논문도 자주 보고, 시험 삼아 논문도 써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게으름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솔직히 말하면 논문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해보고 싶었던 것 중에 제대로 해본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학점이 대단히 좋은 것도 아니고, 동아리 생활을 빼어나게 한 것도 아니고, 연애도 아니고.
굳이 이렇게 낮게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물론, 툭 튀어나오게 잘한 것들은 없지만, 수업 빠진 적 없이 착실히 들어가고, 동아리 생활도 나름대로 많이 배웠고 많이 가르쳤다(헛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사람들 사귄 것을 보면 참 대단한 일을 했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이번 논문은 늑장부리기로 인한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스믈스믈 대충 넘어갈 줄 알았다. 친구들 했던 것을 보았던 터라 –이런 말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대충해서 내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의외로 교수가 논문을 차근차근 읽어보면서 문제점을 몇 가지 짚어주었다. 무관심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맞춤법, 오자, 탈자 뿐만 아니라 내용에 대한 문제도 짚어주었고, 참고하라고 책도 한 권 주었다. 별로 도움은 안될 듯 보이지만.
덕분에 마음을 바꾸었다. 시간이 조금 촉박하긴 한데, 그래도 한번 열심히 해봐야겠다. 논문을 이미 썼고, 시간이 많지 않으니 내용을 전부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있는 틀에서 바꿀 수 있는 것들을 건드려 봐야겠다,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도록.

지도 교수가 서창원 교수로 정해진 것을 확인하고, 여유롭게 해도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좋아했다. 바람직한 생각이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그 때에는, 논문 쓰면서 귀찮게 하더라도, 교수도 자주 만나보고 이야기도 나누려고 했는데, 늑장부리느라고 지도 한번 안 받았다. 그러다가 오늘에야 불쑥 논문 들고 찾아갔으니, 내가 생각해도 조금 우습다(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그렇게 하고, 또 그렇게 간단히 넘어가지 않았던가?). 더 생각할 필요는 없다. 아무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