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 태권도 학원

by

어릴 적 태권도 학원에 다녔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7살 때부터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태권도 학원에서 온 사람이 우리 집에 방문했던 것이 기억 난다. 그리고 태권도 학원에 오라고 설득을 한 것 같고, 돌아가기 전에 나에게 500원을 주었던 것이 기억 난다. 그 때 이상했던 것은, 돈을 내 손에 건네 주기 전에,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라고 그랬던 것. 내 생각으론 돈을 받고 난 뒤에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것이 올바른 것 같은데. 그 때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돈을 나한테 내밀었다가 다시 가져가기를 몇 번 했다.

그 학원은 유치부에서 유치원과 같은 기능도 했다. 산수, 한글, 노래 같은 것을 배웠다. 여자 선생님이 있었다. 그 선생님이 한글 쓰는 것을 지도했다. 칸이 큰 공책에 한글을 한자씩 써주면 그것을 10번씩 쓰고 다음 글자를 쓰는 방식으로 진행 되었다. 지금도 그런 공책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가로로 칸이 10개씩 있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쓰는 공책. '마'를 써 오라고 줄의 첫 칸에 색연필로 적어 줬는데, 그것이 '마'인지 '다'인지 구분이 안 되었다. 'ㅁ'과 'ㅏ'가 서로 닿아서 '다'처럼 보였다. '다'를 9번 써서 갖고 가니 선생님이 왜 '다'를 써왔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이 기억은 전에 적은 바 있는, 아버지가 머리를 말려 주었던 날의 기억이다. 태권도 학원에 갔다가 돌아오는데, 비가 왔다. 우산을 갖고 가지 않아서 그냥 비를 맞고 가려고 태권도 학원을 나섰다. 그 때 우리집은 효동. 문창 시장에서 대전천 쪽의 블록이었는데, 내 바로 옆으로 학원 버스가 왔다. 여자 선생님이 타라고 했는데 안 탔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차 안에 다른 학원생들이 많아서 타기가 불편했었나 보다.

학원 버스를 타고 학원에 가고 있는데, 학원생 중에 다른 원생들보다 어린(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몸집도 작고 척 보기에 그랬다.) 원생의 집 근처에 이르렀다. 그 원생이 탔는데, 이 녀석이 똥을 쌌다. 그래서 조금 어색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 태권도 학원에 간 날인 것 같다. 태권도복을 받고 곧바로 연습을 시작했다. 헌데, 어머니와 함께 갔는데, 태권도복을 갈아 입을 곳이 없었다. 속에 내복도 입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그 자리에서 옷을 벗기고 도복을 입혔다. 나는 다른 사람 앞에서 옷 갈아 입는 것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내복도 그랬고.

충효 체육관. 문창 초등학교 맞은 편 건물, 우리 문구의 위층에 있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조금 길고, 서쪽으로 창문이 많이 있었다. 그다지 밝지 않았던 것 같다. 마치 저녁 때인 것 같다. 원생들에게 발차기 연습을 시키고 있었는데, 원장이 그것(발차기 연습할 때에 표적으로 사용하는, 손에 들 수 있는, 조금 넓쩍한 것)을 나의 머리 위로 수평으로 놓았다. 나는 그것을 발 뒷꿈치로 찍으라는 것으로 생각하고, 힘껏 다리를 올려 내려 찍었다. 정확히 맞았는지 소리가 따악하고 났는데, 이어서 원장이 잘 했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서 옆으로 돌아 줄의 뒤로 서면서 봤더니 다른 원생들은 발 끝을 살짝 대고 있었다. '괜히 나만 별나게 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부 졸업이 있는 날이었는데,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단체 사진을 찍는데, 플래쉬가 두려웠다. 플래쉬를 보면 항상 재채기가 나온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얼굴을 찡그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 플래쉬가 터졌는데, 재채기는 하지 않았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얼굴이 엉망으로 나왔다.

원생들이 놀이를 하도록 여자 선생님이 지도를 했다. 몇 명이 허리를 숙여 뜀틀이 되고, 둘로 나뉘어진 팀에서 한명씩 나와 빨리 뜀틀을 넘어 돌아오는 사람이 이기는 놀이였다. 우리 팀에 이종원이 있었는데, 역시 이종원에게 우리 팀의 선수를 뽑게 했다. 하고 싶다고 난리를 치는 녀석도 있었고, 다들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는 녀석들이었다. 가만히 있던 내가 선수로 뽑혔다. 나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가게 되었는데, 뜀틀이 된 녀석들이 너무 커서 뛰어 넘다가 넘어졌다. 규칙을 지켜서 오히려 하고 싶지 않은 일에 선택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부터는 그런 것을 하고 싶지 않을 때에 규칙을 어기고 자세를 좋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었다. 닭과 병아리를 그리라고 했는데, 나는 시간이 꽤 많이 흐를 때까지 거의 그리지 못하고 있었다. 상당히 신중하게 하려고 했고, 닭과 병아리의 모양을 도화지에 옮기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한참 시간이 지나서 대충 그려버릴까 했는데, 그래도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다른 원생들은 거의 다 그려 가는데, 나는 고작 선 몇 개를 그린 정도였다. 그 때 많이 긴장했었고, 그림 그리는 것이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끝날 때까지 그림 그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http://weblog.youre.space//vergence/2004/05/00007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