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공부의 배신'의 프레이밍...그리고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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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온라인에서 화제인 프로그램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EBS 다큐프라임 '공부의 배신'이라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일부 내용이 캡처돼 '명문대생의 프라이드.jpg'이란 제목으로 돌고 있기 때문인데요.

대부분의 댓글은 학벌, 지연, 끼리끼리 문화를 비판하는 것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첨언하자면, 이 방송의 의도이기도 하겠죠.

그런데 몇 가지 댓글이 눈에 띄더군요.

서울대 애들이 이 기사가 너무 과장되었고 극소수의 이야기를 부풀려 얘기했고 특목고만의 그룹이 형성되는 경우가 적다라고 얘기하는 중. 글쎄 인위적인 편집인듯. 오히려 고등학교 내세우면 한심하게 보곤 하는데. 인위적으로 한 편집 같습니다. 페이스북에 동일한 글이 있는데 저기에 나온 인터뷰한 학생들이랑 현 서울대 재학생들이 댓글을 많이 달았더라구요. 특히, 인터뷰를 한 학생은 그런 차별은 경험한 적이 없다라고 계속 얘기하는데 인터뷰를 따는 분이 계속 저런 뉘앙스로만 얘기하고 몰아가더라고 말했네요.

왜 이러한 반응들이 보이는 걸까요?

6년 전. 저 역시 1년여 방송물을 먹으면서 이리저리 섭외하러 뛰어다녔던 기억이 있는데요. 보통 예능이든 다큐든 교양이든 프로그램을 만들 때는 '목적'을 갖기 마련입니다. 그 목적에 따라 메인 작가가 촬영 구성안을 작성하고, 막내 작가들이 장소 및 인물 섭외와 같은 '노가다'를 뛰기 마련이죠. 이러한 프로그램에서 촬영 현장을 주로 뛰는 존재는 VJ(비디오자키)입니다. 촬영구성안에 적힌 의도에 따라 답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한대요. 그러다보니 답을 얻기 위한 질문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가령, 이 프로그램에서 '저는 좋은 고등학교 나오면 하고 싶을 것 같아요 자랑'이란 답변이 있는데, 질문을 어떻게 했을까 상상해봅시다.

'좋은 고등학교 나오면 어떨 것 같아요?'

라고 했으면 '좋아요' 혹은 '부러워요'라는 답이 나올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이 질문을 하면 어떠할까요.

'좋은 고등학교 나오면 자랑하고 싶을 것 같지 않나요?(단답형 말고 길게 답해주세요)'

이렇듯 의도한 답을 말하게 만드는 질문법을 '콜드리딩(Cold Reading)'이라고 명명하곤 합니다. 관심 있는 이성에게 '이번주 토요일에 시간 있어?'라고 질문을 던지면 '예, 아니오'의 답만이 돌아오겠지만, '이번주 토요일 저랑 영화 볼래요, 아니면 식사 할래요?'라고 질문을 던지면 둘 중 하나의 답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요.

현실은...

점점 삼천포로 가는 것 같지만... 결국 우리 눈앞에 보여지는 뉴스, 프로그램은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프레이밍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여주고 싶은 것만을 보여주기 위해 편집이 가미된다는 의미인데요.

이번 프로그램이 지적을 받는 이유는, 편집 그 자체를 비판한다기보다는 시의성이 떨어지는 영역을 편집해 부각시켰다는 점 때문입니다.

최근 '스카이' 문과대에 속한 대학생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요. 다소 충격적이었던 게 '은행권, 대기업만 가도 잘 가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듣습니다. 제가 대학을 다니던 04~10년도와 비교해도 취업하기 더 어려워졌단 생각이 들더군요.

이러한 상황에서 고등학교 출신을 놓고 파벌을 가른다는 건 다소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개중에는 출신고를 나누고 그 안에서 다양한 끼리끼리 모임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이날 프로그램에서 부각시킨 것만큼 '대세'는 아닐 것입니다.

시쳇말로 '악마의 편집'을 유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제 : 정말로 명문대에선 고교 출신으로 파벌을 나눌까?

원문 주소 : https://medium.com/@yoojs8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