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정 마담의 일기

영화 "타짜"를 정 마담 관점에서 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정 마담은 도박장을 운영하고, 호구를 벗겨먹을 공사를 설계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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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별 두 개로 전역한 호구에게 작업 중이다, 오 장군이라고. 선수가 필요해서 평 경장에게 연락을 했다. 논산에서 평 경장이 온다고 한다. 나 있는 곳은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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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 경장이 왔다. 곤이라는 젊은 선수도 데려왔다. 평 경장이 조연, 곤이가 주연이란다. 곤이는 탈이 좋다.
평 경장과 곤이가 돌아가고, 곤이가 혼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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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들였던 오 장군 벗겨먹었다. 곤이가 과감한 플레이로 시원하게 벗겨먹었다. 곤이는 과감하면서도 티가 안 난다. 탈이 좋다. '이 남자 갖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오 장군이 총을 걸었을 때 평 경장이 죽으라고 신호를 보냈지만 곤이가 받은 것, 오 장군이 애들 불러놨던 것, 빨찌산이 오 장군 목에 칼 들이대고 우리가 빠져나온 것 때문에 평 경장이 기분 나빴나보다. 평 경장에게 뺨을 맞았다. 곤이에게 가지 말고 남으라고 했는데 평 경장이 데리고 갔다. 빨찌산에게 평 경장을 죽이라고 했다.
평 경장은 기차 타고 가고 곤이가 혼자 찾아왔다. 곤이는 내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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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이랑 잘 해먹고 있는데 날벼락이 떨어졌다.
경찰에서 곤이에게 전화를 했다. 평 경장이 죽었다고 시신 확인하라고. 시신을 확인하고 온 곤이가 발광을 한다, 아귀 찾아오라고.
"길바닥 인생" 평 경장이 없으면 곤이가 딴 데 안 가고 나에게만 있을 줄 알았는데. 곤이는 이 바닥 사람들과 다르다. 의리가 있다. 이 남자 내가 가질 수 없는 건가.
곤이가 아귀를 만나면 안 되는데. 뭔가 꼬였다. 일단 아귀 찾는 척은 해야겠다. 내일 너구리 오면 돈 몇 천 주고 찾아오라고 시켜서 고니 안심시켜 놔야지.
내일은 곤이 시켜서 고광렬이 잡아야겠다. 요 며칠 살 많이 찌워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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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구치소에서 일기를 쓴다.
아침에 너구리 보고, 오후에 출근했는데 짭새들이 왔다.
김씨한테 항의했는데, 신고가 들어왔다고 자기도 어쩔 수 없다고 며칠만 들어갔다 나오라고. 씹새끼. 그 동안 해준게 얼만데. 비리경찰 새끼. 지랄하고 있네.
곤이는 잘 도망친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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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를 나왔다. 다음 벗겨먹을 호구 찾았다. 선수가 마땅치 않다. 곤이를 찾아야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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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이기사가 와서 봤는데 탈이 안 좋았다. 쓸만한 애가 없다.
곤이는 서울에 있다고 한다. 박무석이 찾아다닌다고. 데려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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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이가 곽철용이랑 한 판 붙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길로 서울 가서 곤이를 만났다. 너구리가 곤이에게 박무석을 찾아줬단다. 너구리는 대가리에 뇌가 아니러 마요네즈가 들어있나보다. 곤이한테 연락을 받았으면 나한테 먼저 알려줘야지, 내 선수인데. 게다가 박무석이 찾아달란다고 낼름 알려주냐. 속이 답답하다 못해 터질 것 같다.
곤이가 지갑이 뚱뚱하다고 일 안 한다고 했다. 곤이 여자친구라는게 싸가지가 바가지다. 고광렬이 곤이랑 있었다. 그 날 하루 봤을 건데 어떻게 함께 있지?
너구리한테 곤이 차 쌔벼 오라고 했다. 곤이는 차에 돈을 보관하니까 차가 없어지면 찾아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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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 쪽은 공사가 잘 진행되고 있다. 호구 빚을 많이 늘려놨다. 며칠 있다 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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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렬이 찾아왔다. 곤이랑 고광렬이 박무석을 섭외해서 곽철용이 뒤통수를 쳤나보다, 그리고 곽철용이가 눈치를 챘나보다. 곽철용이 애들 풀어서 여자애들 잡아가고, 고광렬만 달아났단다. 고광렬은 의리가 없다. 곤이는 어디있는지 모르겠다. 곽철용이 가만 둘리가 없는데.
호구 쪽 공사에 선수로 고광렬을 써야겠다. 그럭저럭 쓸만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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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가 찾아왔다. 재수없는 새끼.
곤이가 곽철용이를 죽였다고 잡겠단다. 미친 새끼.
곤이는 포기해야겠다. 돈만 챙겨야지.
호구한테 공 들인거 챙기고 안전하게 나가기만 해야겠다. 아귀하고 곤이 둘이 해결하게 나는 판만 깔아주고.
시나리오는 이렇다. 내일 호구 거덜내는 판을 만든다. 고광렬이는 내 선수. 아귀는 호구의 선수. 호구는 아귀가 자기 도와주러 온 줄로 생각하게 하고. 아귀가 고광렬이를 잡을 거다. 고광렬은 버리는 카드. 고광렬이 위험하다는 걸 미끼로 곤이를 판에 앉힌다. 곤이도 버리는 카드. 곤이에게는 아귀가 내 공사를 망치려 한다고, 고광렬도 아귀가 그랬다고, 아귀를 적으로 보게 한다. 아귀가 이기든 곤이가 이기든 나는 돈만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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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구치소다.
어제 곤이가 이겼다. 곤이는 도박 속에서 도박을 하는 사람.
고광렬도 아귀도 손모가지가 날아갔다.
나는 돈이 날아갔다. 평 경장을 내가 그런 걸 곤이가 알게됐다.
낮에 시체를 확인하러 갔다. 곤이인지 확인해달래서 깜짝 놀랐는데, 내 총에 맞아서 얼마 못 가 죽었나 하고 생각했는데. 시체를 보니 곤이가 아니고 용해였다. 아귀 따라온 곽철용이 똘마니. 경찰에게는 곤이 시체가 맞다고 했다.
평 경장도, 곽철용도, 고광렬도, 아귀도, 용해도 어쩌면 모두 나 때문에 피를 본 것 같다.
곤이는 어디로 갔을까. 곤이가 진짜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