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때문에 A+ 받은 이야기

일기와 관련하여 특히 기억나는 건 대학교 통계학개론 수업입니다.

첫 학기에 통계학개론 수업을 신청했습니다, 그것도 자연과학대학에 있는 걸로, 전 사회과학대학 소속인데. 사회과학대학엔 기초사회통계 수업이 있지만 만원이라 나중에 듣게 되었고, 통계학은 심리학 공부할 때 계속 필요할 테니 좋은 경험을 기대하며 통계학 수업을 추가로 선택한 거죠.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과학대 학생들에게 그 통계학개론 수업은 교양 필수 과목이란 걸. 게다가 그 수업에 자연과학대 학생이 아닌 사람은 나 하나였다는 걸.

개강하고 한 달쯤 지나 어느 날 교수님이 출석부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사회과학대 학생이 1명 있는 걸 눈치챈 거죠. 특별히 더 배운 건 없지만 은근히 관심을 가져 주셨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이 통계학은 데이터를 잘 수집하는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일기를 쓰는 것도 데이터를 모으는 좋은 습관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일기를 꾸준히 쓰는 사람이 있다면 제출하라고, 성적에 반영하겠다고 했습니다.

텍스트 파일로 일기를 쓰던 때라, 텍스트 파일을 교수님께 제출했습니다. 교수님과 잠시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통계학 공부한다면 해외 유명 대학에 추천서를 써주겠다고도 했는데, 왜 그렇게 밀씀하셨는지 잘 기억은 안 나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좀 우습기도 합니다, 전 그 때 8학기 중 1학기였는데. 지금 드는 생각으로는, 교수님을 찾아온 학생이 엄청 반가워서…? 말 잘 듣게 생겨서? 일지도 모르겠네요.

학점은 A+를 받았습니다. 일기 제출 외에 출석도 잘 하고, 조별 과제도 잘 하고, 시험도 잘 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목에 A+를 받은 건 일기의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타 단과대학 학생에게 좋은 점수를 주는 건 좀 고민되는 일이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