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한글의 변화

아마도 초등학교 4학년 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병진이 나오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보고 있었습니다. 어떤 여자가 나왔는데, 주병진이 뭐라고 말을 했고 여자가 "야!"라고 소리쳤습니다. 주병진이 이어서 말했습니다, "야!"한 여자는 싫지만 야한 여자는 좋습니다. 야하다는 표현을 몰라서 형과 누나에게 물어보았더니 답을 안 해주었습니다. 형과 누나가 싸웠나보다 하고 생각했죠. 1990년 대 초에는 그랬습니다. 여자에게 섹시하다는 말을 하는 건 욕인데 점점 칭찬의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사랑한다는 말을 부모님에게도 쓰지만, 예전에 그 말은 남녀간에나 쓰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회사의 윗사람한테 그 말을 한다는 건 이상해도 너무 이상한 짓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영어의 love와는 다른 단어인거죠.

시대가 변하면서 말도 바뀌는 것을 저도 잘 압니다.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이런 변화에 별로 반대하지 않지만, 심히 반대하는 단어 하나가 있습니다. "너무"라는 단어 말입니다. 너무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는 것인데, 긍정적인 의미로 잘못 쓰는 경우가 흔해졌습니다. 얼마 전엔 공식적으로 긍정적인 의미로 쓸 수 있다고 발표도 있었습니다. 많이 쓰는 대로 따라가는 것보다 잘못 쓰는 것을 고치는게 옳고, 또 좋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또 이런 상황이 되어 많이 쓰는 방향으로 단어를 정하다보면, 한국어는 언젠가 심각한 변형 때문에 과거의 글을 읽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부정적인 의미로 '글이 너무 길었다'라고 오늘 남긴 문장을 나의 손자는 글이 길어 좋았다고 받아들일지도 모릅니다.

발음나는 대로 단어를 만드는 것도 심히 반대합니다. '지긋이'가 아니라 '지그시'라고 쓰는 것들이 한국어와 한글에 불규칙과 예외를 자꾸 만드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