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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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심리학을 공부하는 것에서 갖고 있는 꿈에 대해서 이야기 해본 적이 없다. 사람들이 물으면 단지 웃거나, 특별한 희망 같은 것은 없다고 이야기해 왔다. 하지만, 물론 꿈은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있다. 하지만 학부 졸업을 앞에 둔 지금 그 꿈은 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바른 길이라는 것이 있을리 없고, 있다하더라도 지금은 알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나는 꿈이라는 말을 좀처럼 쓰지 않는다. 나는 꿈이라는 말을 단지 잠을 자는 동안 꾸는 꿈이라는 의미로만 사용한다. 희망 또는 목적이라는 의미로 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또, 희망이라는 단어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 희망이라는 단어는 의지도 포함하고 있지만, 막연히 바란다는 의미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목적이라는 단어만 사용한다. '오직 의지만이 있다'라는 생각 때문에.
심리학을 공부하고 인터페이스 디자인과 관련된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만들어진 것에 나를 맞추어야 할 때처럼 내가 인간이라는 것이 싫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경우는 없다. 제멋대로 만들어진 의자에 나의 몸을 맞추어야하는 것도 싫고, 작업의 순서와는 전혀 관련 없이 만들어진 동선(動線)따위도 싫다.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특히 컴퓨터 프로그램의 GUI 디자인과 관련된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산업 디자인 공부를 하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최선은 아닐 것이다. 심리학을 공부하는 것이 오직 그 목적만을 위한 것은 아니니까. 오히려 심리학을 공부하고 나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 더 기저에 있는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학기에 인간 공학(공학 심리학이라는 말을 더 선호하지만)을 배우고 있다. 수업에서 인터페이스와 관련된, 그리고 인간의 감각, 지각, 인지와 관련된 내용을 많이 배우는데, 그런 것들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수업을 좀 더 촘촘하게 나가면 좋겠는데.
그런 일을 하려면 좀 더 공부를 해야할텐데, 하게 될지 모르겠다. 하겠다는 의지는 있다. 하지만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인터페이스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Apple의 철학을, 그 철학이 담긴 제품을 - 다시 말해 매킨토시Macintosh를 - 접한 것에서 연유했다. Apple이 가진, 인간을 위한 도구라는 철학이 마음에 들었다. 쉬운 컴퓨터가 필요했고, 마치 TV를 켜고 끄는 것처럼 하나의 가전 제품인 컴퓨터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장애인, 아이를 위한 마음 씀씀이가 좋았다. 인간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상징을 사용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지금에 와서는 꼭 Apple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Apple이 그 분야에 기여한 바를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Apple의 기술자 중 내가 좋아하는 몇명. 그 중에서도 Jef Raskin. 나는 그 사람이 마음에 든다. 장애인들을 위해 특별히 신경을 쓴 것이 매킨토시의 곳곳에 보인다. IBM 호환 PC 시장에서는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있던 부분을, 시장 점유율도 그리 높지 않았던/않은 Apple에서 꿋꿋이 장애인들을 위해 연구한 사람. 과연 Think Different라는 표어를 머리속에 담고 있는 사람, 그리고 그를 포함하는 그 회사이다.
Apple이 GUI와 관련된 새로운 특허를 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개발자의 이름에 Kim Silverman이 들어있었다. Kim Silverman, 심리학을 한 사람이라는 것이 눈에 띈다. 어느 사이트에 나와있는 Kim Silverman의 정보를 보면, Monash 대학에서 정보 과학과 실험 심리학에 대해 각각 학사 학위를 받았고, Melbourne 대학에서 컴퓨터 과학을 공부하고, Cambridge 대학에서 음성 합성에 대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크게 된 사람들이 지나온 길을 살펴보면, 내가 가려고 하는 길이 대단히 암담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