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 자장밥
초기 기억 몇 개를 적어볼까 한다.
아마 5살 때 정도. 안씨 할머니 댁에서 살 때에, 그 근처의 교회에 몇 번 간 적이 있다. 유치원 비슷하게 어린이들을 모아서 함께 놀기도 하고, 가르치기도 하고. 젊은 여자 선생님이 있었는데, 출석을 불렀다. 나는 선생님 바로 옆에 있었는데, 출석부가 내 앞에 보였다. 선생님이 앉아 있었고, 무릎 위에 출석부가 있었다.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고, 나는 대답했다. 동시에 선생님이 어느 칸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나는 그 동그라미가 내 이름을 기록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곤 집에 와서 엄마, 형, 누나 앞에서 내 이름을 쓸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리곤 종이와 연필로 이름이라고 생각한 것을 그렸다. 헌데, 누나가 아니라고 했다. 자세히 보니 선생님이 그린 것과 조금 달랐다. 선생님이 동그라미를 빨리 그리느라 오른쪽이 터져 있었는데, 나는 동그라미를 완전하게 그린 것이다. 나는, 누나가 나에게 틀렸다고 하는 것이, 정말 그것인 줄 알았다. 나중에야 출석부라는 것에 이름이 기록되어있고, 그 동그라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 기억에서는 특별히 찾아낼 수 있는 것이 없다. 다만 내가 안다는 것에 대해 그것이 불완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
아마 5살 때 정도. 안씨 할머니 댁에서 살 때에, 그 근처의 교회에서 음식을 나누어 준 적이 있다. 크리스마스나 그런 때였던 것 같다. 형과 누나가 그곳에서 자장밥을 먹었다고 나에게 알려주었다. 나를 빼고 둘만 먹었다는 것에 서운함을 느꼈던 것 같다. 그 때의 정서는 잘 기억 나지 않는다. 아무튼 늦게 가서 자장밥을 얻어먹었다. 식당인지, 강당을 임시로 식당으로 쓴 것인지, 어쨌든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데 깜깜했던 장면이 기억 난다.
이 기억에서는 형과 누나에 대한 섭섭함이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형과 누나에 대한 열등이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