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심리학 책

성격심리학은 2학년 때 배웠습니다. 강의를 맡으신 분은 우리학교 우리학과 선배님이셨어요. 어차피 우리학과 학생들만 듣는 수업이니까 2시간, 1시간으로 쪼개져있던 걸 토요일 오전에 3시간으로 옮겼지요. 토요일 오전에 학교에 가면 기분이 좀 달랐어요. 한가한듯하면서도, 성격심리학 교재의 내용이 너무 많아서 그걸 다 읽기도 벅찼지요.

저에게 가장 인상적인 화제는 "그런 성격이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그런 행동을 해서 그런 성격인 것일까"입니다.
자연엔 구분이 없습니다. 사교적이라는 특질이 있다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상황 10번 중 5번 이상 말을 걸면 사교적이라거나 하는 구분은 자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각 속에 있는 것입니다. 이런 구분은 헛된 것일 상황이 있는데, 불교에서는 이 때 그런 구분은 망상이라고, 거기에서 고통이 온다고 합니다.

실험심리학 첫 수업에서는 이런 과제가 있었습니다, 사랑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와라. 사랑을 조작적으로 정의하고, 다시 말해 구분 짓고, 그것을 측정하고 기준을 정하고요. 사실 그런 것은 자연에 없는 것인데, 그런 것을 애써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에 대해 회의적인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을 뿐.

책을 보니 아련한 마음이 듭니다. 아쉽지만 버리려고 합니다. 이 책을 대전에 있는 고향집에서 가져오고 한 쪽 이상 계속해서 읽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버리는 건 저에 대한 벌일 수도 있습니다.
책이 있다는 이유로 마치 내가 그것을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지 않은지, 그래서 새롭게 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지 생각해봅니다.

성격심리학 책이 나에게 무슨 의미일까 생각하다가, 문득 심리학을 선택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돌아봅니다. 뭔가 알고 싶었던 것 같은데... 지금 알고 있는지, 지금도 알고 싶은지, 혹시 그 때 알고 있었어서 원하는 것을 얻었는지.
버리고 다시 얻어야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