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監査)라는 단어를 들으면 다양한 생각이 듭니다. 이 글은 제 자랑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군에서 받은 표창 중에 사단장 표창이 2개 있습니다. 둘 다 사단 감사실에서 추천을 한 것입니다.

하나는 소대장할 때, AOP(대공감시초소) 임무와 대대의 고수방어지역을 선점하고 방어를 준비하는 임무를 함께 가진 소대급 격오지 부대에 있을 때였습니다. 이른바 소초장이었습니다. 크진 않지만 그 소초의 철책 안에선 내가 킹왕짱인 거죠. 대공감시는 전방에서 저속 저고도로 항공기가 침입해오는지 사람이 감시하는 겁니다. 그래서 산 꼭대기에 있습니다. 레이더 기지가 옆 산에 있어서 항공기를 감시하지만 저속 저고도의 항공기는 탐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람도 필요합니다. 병사들이 고생 많이 하죠. 대대가 전투를 하다가 밀리면 산 전체에 퍼진 진지를 이용하여 최후의 방어를 합니다. 이런 방어에 많은 양의 탄이 필요한데, 미리 소초에 두고 관리합니다. 산 전체 곳곳에 진지가 있는데, 그것도 관리가 필요하고요. 그 외에도 다양한 중요한 역할을 갖고 있는 격오지 부대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단이 직접 관리를 했습니다. 연대, 대대, 중대도 항상 크게 관심을 갖고 있고요. 사단 감사실의 감찰장교가 방문했습니다, 예고도 없이. 계급은 소령이죠.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 얼굴, 그 이름. 감사는 부대를 탈탈 텁니다. 구석구석 이것저것 모두 확인합니다. 인원/시설/장비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간부들은 물론이고 병사 하나하나까지 임무는 잘 숙지하고 있는지. 하필이면 그 날 부소대장이 휴가였습니다. 부대 운영도 하면서 감사 받는데 어찌나 바쁘던지. 나중에 알았습니다, 상급부대에서 오는 건 크게 2가지인데, 지도방문과 감사라고. 지도방문은 현장을 확인하고 알려주기 위해서 오는 거고, 감사는 잘 못하는게 있으면 징계하러 오는 거. 항상 문제가 있고 매일 고쳐야 했던 탄약고 경계벨(bell), 경계등(light)도 감사 중에는 문제 없었습니다. 운이 좋았던 거죠. 표창장 내용은 "... 소초장으로서 부대관리 및 경계작전 임무 수행 우수"입니다.

다른 하나는 대대 인사과장할 때, 대대장님이 바뀔 때였습니다. 중대장 바뀔 때엔 그런 것 없는 것 같은데, 대대장 바뀔 때에는 하는 것 같습니다, 감사를. 이른바 "지휘관 교체 전 예방 활동"입니다. "지휘관 교체 전 예방 감사"라고도 하고요. 인사와 군수 분야를 주로 봅니다, 특히 인사를. 다르게 표현하면 비리가 있었는지 찾는게 목표입니다. 인사 8대 업무라는 말이 있습니다, 병력유지, 인사관리, 자금관리, 사기앙양 및 유지, 군기군법질서 유지, 의무근무 등 그리고 마지막이 기타 참모부에 해당하지 않는 행정업무. 마지막 것이 대박입니다. 대충 "행정"이라는 단어 들어가면 인사과 업무입니다. 전방은 참모 중에 작전이 가장 중요하지만, 후방은, 후방도 작전이 중요하긴 하지만 인사도 비중이 큽니다. 참모에는 S1부터 S4(또는 S5)를 부르는데, 인사/군수/정보/작전/(동원) 순으로 부르더군요. 아무튼 인사가 일이 참 많습니다. 보통은 이 감사에서는 돈을 좀 토해내기 마련입니다. 물론 저는 지적 받은게 전혀 없었고, 토해낸 돈도 없습니다. 깔끔했죠. 사실, 깔끔하게 만든다고 일을 엄청나게 했습니다. 규정 대로 일해야하고, 규정 자체가 엄청나기 때문에, 규정을 잘 알기 위해 노력해야하고, 엄청난 행정 업무를 해야, 깔끔하게 됩니다. 한번은 사단 법무실 실장의 처남이 우리 부대에 이등병으로 전입을 왔습니다. 마침 그날 당직근무를 제가 하고 있었는데, 예고도 없이 사단 법무실의 부사관 상사 한 명이 밤늦게 순찰이라고 와서는 징계문서를 내놓으라고 하더군요. 보여줬습니다. 놀라더군요. 징계 한 건 하면 문서가 한 뭉텅이씩 만들어집니다. 엄청 바쁘게 진행 되기 때문에 제대로 맞춰놓는 건 힘든 일입니다만, 그것도 깔끔했죠. 그리고 하는 말이라곤, 실장 처남 잘 부탁한다고, 좋은 보직 해달라고. 그래서 말했습니다, 그건 대대장님 지휘 의도 대로 될 것이고, 항상 공정하게 하기 때문에 걱정할 것 없다, 게다가 내가 그 병사 한 명을 위해 더 해줄 것도 덜 해줄 것도 있을 수 없다고. 보직도 항상 공정하게. 표창장 내용은 "인사실무자로서 부대관리 우수"입니다.

군에서 표창 받은 사람은 많아도, 감사 받고 표창 받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뭐, 이 정도입니다. 훗. 그리고 요즘 국정감사 뉴스 보면서 한숨도 좀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