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다시 만들기

양력은 새해가 겨울 중간에서 시작하니까 이상하다고, 음력은 봄이 시작할 때에 새해가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고등학교 때에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럴듯하다고 생각이 되어 지금까지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음력에서 새해의 시작도 여전히 겨울이지 않나 싶습니다. 양력보다 겨울의 뒷쪽에 있지만, 그렇다고 봄이 시작되는 때라고 하기에도 좀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고대의 왕이고 새로 달력을 만든다면 어떻게 할까 생각해보니, 양력처럼 하는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동지는 태양의 고도가 가장 낮아지는 때인데 한 해를 구분지을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한 자연현상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 기준을 다시 표현하자면, 한 해란 태양의 고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는 날부터 가장 낮은 날까지입니다. 동지가 아니면 하지부터로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춘분이나 추분으로 해도 좋고요. 춘분이나 추분을 한 해의 시작으로 하면, 한 해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때부터 두 번 같아지는 때 직전까지가 될겁니다. 동지를 기준으로 하면, 사실 한 해란 봄여름가을겨울은 아닌거죠. 겨울 중간에서 시작하여 겨울이 깊어지며 끝나는거죠. 계절의 중간에서 시작하니까 이상하기도 하지만 태양의 고도가 즉각 날씨에 반영되진 않으니까요.

막상 지금 통용되는 양력을 보면, 동지로부터 10~11일 후에 새해가 시작합니다. 태양신이 부활한다는 의미를 부여하여 동지이후에 축제기간을 갖고 한 해를 마무리 짓는게 좋았나봅니다. 저는 동지를 한 해의 끝으로 보고, 새해는 동지 다음날로 하겠습니다. 동지가 하루 왔다갔다 하는데(지금 통용되는 달력으로 12월 21일 또는 22일) 해의 마지막 날이니 덜 혼란스럽게 되고요. 그리고 새해를 기념하는 의미로 1월 1부터 2주 정도는 휴일로 하고요. 일하고 쉬는 것보다 쉬고 일하는 걸로. 또, 한 해에 달이라는 건 없고 1일~365(또는 366)로 하고요. 예를 들면 '오늘은 2015년 355일입니다'. '어이, 오랜만이야. 우리 올해 140일쯤에 보고 두 번째네' '문서번호 2015-355-001'

이런 생각하다보니, 왕 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