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잭 전화기

구석기 시대의 유물과 같은 느낌이 나는 블랙잭 전화기(SPH-M6200)를 근래에 들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이 전화기를 본 적이 없는 분은, 저를 만나거든 그리고 제가 이 전화기를 꺼내거든 일단 100m 정도 도망치세요. 너무 충격적이어서 심멎할 수도 있습니다. Android와 iOS의 세련되고 우아한 모습, 최신 디바이스의 어마어마한 발전을 경험한 분이 보기엔 이 전화기는 마치... 10대 청소년 아이의 어질러진 방 구석에 있는 10원짜리 같은 것입니다. 아무런 관심도, 눈길도 끌지 않는 그런 것이죠.

QWERTY 키보드가 있는 bar 타입입니다.콰쾅 윈도우즈 모바일이 들어있습니다. 쿠르릉 해상도는 320x240(보통 앱 아이콘의 두배 정도?) 픽셀입니다. 번쩍 kt의 SHOW 마크가 있습니다. 소멸

이런 전화기를 다시 들게 된 건, 글을 쓰려고. 다른 스마트폰으로도 쓸 수는 있습니다만, 화면도 넓고 인터넷도 빠르고 하다보니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네, 그게 진짜 이유입니다. 블랙잭으론 인터넷도 페이스북도 동영상도 게임도 문자도 전화도 안 됩니다. 엄청 느리고, SIM 카드도 안 넣었습니다. 오직 Note 앱을 열어 하드웨어 키보드를 딸깍거리며 타이핑만 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 내릴 때, 저장하고 화면 잠그고 하지 않습니다. 타이핑하던 상태로 그대로 주머니에 넣습니다. 그래도 아무렇게나 터치^?^? 키가 눌리지 않습니다. 화면에 터치 같은 거 안 됩니다. 잠깐의 틈에도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되는겁니다.

글을 다 쓰면 이메일로 보냅니다. 이 때에만 인터넷에 연결하죠. 글을 게시하는 건 최신 스마트폰에서 합니다.

저 어쩌면, 하드웨어 키보드 달린 윈도우즈 폰 살지도 모릅니다. 블랙베리를 살지도 모르고요. hTC ChaCha 살지도 모릅니다. 다음에 어떤 전화기를 입수하든, 아마도 하드웨어 키보드 달린, 노트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