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대한

  • 군대, 무망(無望)

그러고 보니 군대에 대해서 글을 쓴 것이 거의 없다. 현재 고심하는 큰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blog에 글을 쓰지 않은 것을 보면,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억압하고 있는 것인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에 대한 수용이 이 부분에서는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2001-01-02 학군단을 포기하고 병역특례를 알아보면서 일을 하다 2002년 가을 학기에 복학하여 2004년 봄 학기 마치고 졸업. 그리고 현재 학사 장교 지원 준비 중이면서 또한 병역특례 알아보고 있는 중.
군대에 대해 쓰자면 이 정도.

군대에 대해 생각하면서, 진정 이 세상을 증오하고 싶어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더욱이 얼마 전에 생긴 여자친구가 미국으로 돌아가서.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나에게 주어진 구속의 하나라는 생각이고, 다른 어떤 구속보다도 강해서 진정 나를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것을 수용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 같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더 갈등하고 있다. 아마도 강한 욕구가 생겨 반대쪽에 힘을 실어 준 탓일까.
개가 고양이를 낳지 않듯, 한국인은 바로 한국인을 낳아 기른다. 그리고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났고, 이 땅에서 이 사회에서 자라고 살고 있다. 물론 그 혜택과 제약을 포함하여. 어떻게 되었든 이 조건을 수용해야하며 그래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기에 나의 인지를 계속해서 이쪽으로 끌고 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비록 강제에 해당하는 병역이지만, 그것을 이행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다시 말해 나는 선택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선택하도록 "강요"당한다는 것에서 좌절스럽지만, 다시 말해, 병역을 이행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대한 선택은 할 수 없어 좌절스럽지만, 병역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에 대해 선택할 수 있기에 조금은 자유로운 것이다. 그리고 한정된 자유이지만 그것을 적극적으로 누리고, 책임을 지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책일 것이다.
이것이 지금까지 갖고 있던 생각이다. 하지만 근래에 이 생각이 흔들린다. 생명으로 만들어지는 순간에도 나는 선택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암묵적으로 강요되었다. 이 사회에 속하게 되었고, 이 사회에 구속되었다. 주민 등록증을 발급하도록 강요되었고, 심지어 성인이 되면서 대한민국 정부의 존재에 동의한다고 어디에서도 내 손을 들어올린 적이 없다.
왜 타인이 만든 사회는, 제도는 내가 순순히 동의하기를 원하는가? 무엇을 위해서. 나라는 개인 하나가 부족한들 그들의 삶에 무엇이 부족해지나? 나는 무력하고 능력없는 단지 하나의 개인일 뿐인데. 나는 진정 나를 우리에서 분리해내어 도망치고 싶은 것이다.

나는 무력하다고 느낀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바꿀 수 없다. 대한민국에 대해 테러를 할까? 대한민국 정부를 모두 부수어버리고 나에 대한 강제를 없앨까? 불가능... 어쩔 수 없다고 느낀다. 병역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사 장교, 병역특례의 길을 찾고 있다. 그리고 입에서는 '젠장할'이라고 중얼거린다. 무망감(無望感)

며칠 전 운동하다가 무릎을 조금 다쳤다.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 볼 생각인데, 차라리 심하게 다쳐서 재검 받아 4급 받으면 좋겠다. 젠장할...

쓰다보니 요지(要旨)가 없다. 하긴 이런 넋두리에 무슨 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