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osomatic

  • 마음과 몸, 몸과 마음
  • 편지
  • 정신분석적인 해석
  • 병의 전개
  • 호전(好轉)
  • 1999년 장휘숙 교수님의 심리학 개론

마음이 몸에 영향을 미친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여전히 상태가 좋지 않았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어지럽고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토할 것 같은 느낌도 여전했다. 속도 별로 안 좋았다.

아픈 것과는 상관 없는 것 같다, 매일 하는 습관적인 행동들은. 정신이 없었는데도, 일어나 씼고, 방 청소하고, 아침 먹고, 컴퓨터를 켰다. 이래서 습관이란 무서운 것인가.
편지를 봤다. 편지를 읽고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몸도 더 좋아진 것 같았다. 역시 마음으로 인한 병이었을까. 혹은 다른 원인이 있지만, 마음이 낫도록 영향을 준 것일까.

지난 그 일에 대해 초자아(superego)로부터 비난이 자아(ego)에게 있었다. 초자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외부에서의 비난도 있었다.
이런 비난을 버틸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을 회피하려는 수단으로 병을 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 해석은 단지 단순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인데, 별로 이 상황에 적합하지는 않은 것 같다. 심리적인 강인함을 볼 때에 이런 비난을 버틸 수 없다는 것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것이 더 그럴 듯하다. 원초아(Id)의 역할으로, 나를 그 사람과 동일시한다. 그 사람이 고통을 받는 것은 내가 고통을 받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며, 그렇기 때문에 병이 나거나 괴로운 것과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무엇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비난이 내부로 전환되면서 초자아에 에너지가 집중되고 자아가 약해진다. 그러면서 자기에게 스스로 처벌을 가하는 것이다. 그런 처벌의 하나로 병이 난 것이다. 이런 과정은 타인을 대상으로 표출한 삶의 욕구(eros)가 좌절되고, 그 좌절은 스스로에게 원인이 있기 때문에 더욱이 죽음의 욕구(thanatos)가 내부로 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증(實證)할 수는 없는, 정신분석적인 해석일 뿐이다.

14:00이 조금 넘어 밖으로 나갔다. 돌아왔다가 다시 산으로 향했다. 평소처럼 산을 뛰어 올랐는데, 조금 가다가 멈췄다. 그리고 서서 주위를 둘러 보았는데, 어지러웠다.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야가 흐려졌다. 숨이 가빠졌다. 머리가 아팠다.
아무래도 의지가 약해지는 것은 좋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평소에 가는 경로를 모두 돌았다. 그리고 집에 도착했는데, 몸이 한결 더 안 좋았다. 저녁 내내 쉬었다.
이러는 동안 머리속에는 그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산에 오르면서도, 집에 돌아오면서도... 어지러워 멈추어 서 있을 때에도.

마음도 바뀌고, 몸도 바뀌었다.

1999년 장휘숙 교수님의 심리학 개론에서 이 용어를 배웠다. 플라톤의 일원론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원론. 심신 일원론과 심신 이원론. 그리고 psychosomatic에 대해서 설명하시오. 이 것이 중간고사 서술형 문제 1번이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일원론, 이원론에 대해서는 설명했지만, psychosomatic이라는 단어는 기억나지 않아서 쓰지 못했다. 그래서 부분 점수 받았던 것이 기억난다. 100점 만점에 96점 맞았던가, 그랬지. 참 기분 좋았는데. 나중에 아동 심리학에서 70점 맞아서 이것고 비교 당하고 창피했던 적도 있긴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참 좋은 경험이었다, 그 수업. 장휘숙 교수님은 스스로도 말씀하시지만, 교양 수업을 왠만해서는 하지 않는데. 운이 좋았다, 그 수업을 듣게 되다니.
나중에 한번 뵈어야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