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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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택시를 탔다.
"대전역까지요."
조금 있다가,
"저 술 냄새 많이 나요?"
"아니요. 별로 안 나는데요."
"아, 그래요."
"왜요?"
"부모님께 술 마신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아서요. 술 냄새 풍기고 들어가고 싶지도 않고."
"나이 어떻게 되길래..."
"음, 이제 졸업하니까..."
"그럼 술 마셔도 뭐라고 하지 않겠네."
"그건 그렇죠. 그런데 별로 그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네요."
또 조금 있다가,
"집이 대전역 근처예요?"
"아니요. 조금 더 가야하는데, 걸어가면서 술 좀 깨려고요."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기뻤다. 비록 멀리 있지만, 그 마음 알고 있고, 믿고 있으니까. 그렇다. 흔들릴 필요도 없다. 단지 조금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택시 기자에게 나이를 물었다. 삼십대 중반으로 보였는데, 말하기로는 38세라고 했다. 혼인 했는지, 자녀 있는지 등에 대해 얘기 했다. 그리고 훌쩍 서른 중반이 되어 일도 익숙하게 되고 혼인도 하고 아이도 낳은 모습으로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이런 저런 얘기를 해줬다. 좀 더 잘 살아보겠다고 욕심 부리면서 늦게 혼인하고, 늦게 아이 낳는 것보다는 조금 일찍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를 해줬다. 차라리 조금 일찍하고, 관리하는 것이 더 낫다는 얘기를 해줬다. 사실 여기까지는 단지 한명의 사람이 하는 이야기이고, 인간의 삶에 대해 깊이 연구한 학자도 아닌터라 가볍게 들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입에서 "안정"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런 안정에서 오히려 삶이 더 행복해질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일찍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 안정이라는 것에 대해, 그 친구를 떠 올렸다. 그렇다, 지금(요 얼마전부터) 안정을 얻고 있다, 그 사람으로부터. 고맙다.

대전역에서 택시를 내렸다. 역 근처에는 으레 그렇지만, 사창가가 있다. 밤이 늦으면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나와서 호객 행위를 한다. 전에도 여러번 그런 사람들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럴 때엔 보통 무시하고 지나간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호객 행위하는 아주머니, "놀다 가요."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여자친구 있어요.'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서 스스로 좀 놀랐다. 그래 여자친구가 있지. 기다려야지.